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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혈액형 달라도 화합은 가능해!

첫빙고 2008. 2. 23. 09:07
여행의 취향을 알았다면, 여행의 기술을 익힐 차례입니다. 여행 전문가 세 분이 나섰습니다. 모두 여행에 잔뼈가 굵은 여행자 출신입니다. 취향이 다른 여행자들과 평화롭게 여행하는 여행의 기술을 여행 전문가에게 들어보세요.

유모차 끌며 유럽 활보하세요

원조 A형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A형으로 여행하는 방법

Q. 우리는 ‘원조’ 에이(A)형 부부예요. 1980년대 후반부터 각국을 누빈 배낭족이에요. 험하다는 인도 배낭도 함께 다녀왔어요. 언제나 떠날 맘에 아이를 갖지 않았는데, 아뿔싸! 지금은 사랑스런 두 살짜리 아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녀요. 발바닥이 근질근질한데 아이 때문에 어쩌죠? 아이가 편하다는 동남아 휴양지에 가서 ‘세월아 네월아’ 하긴 싫고요. 에이형 부부가 아이와 함께 에이형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A. 자식만큼 여행의 멋진 동반자가 어디 있겠어요? 제가 만난 가장 감동적인 여행자는 말이죠, 홍콩 침사추이의 청킹맨션(영화 <중경삼림>의 배경이 된, 세운상가처럼 거대하나 흉물스러운 빌딩!) 15층 하루 5천원짜리 트래블러호스텔에서 만난 세 부자입니다. 도미토리룸에서 일어났는데, 예닐곱 된 백인 아이 두 명이 등산화 끈을 동여매고 있는 거예요. 배낭여행자 숙소에서 만나긴 어려 보여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집은 뉴질랜드인데 아빠랑 같이 석 달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이라더군요. 여행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죠.

생각을 바꿔보세요. 두 분 다 어드벤처형, 좋아하는 대로 밀고나가세요. 여기에 시(C)형만 살짝 가미하세요. 방문지만 유럽 도시로 바꾸는 겁니다. 유모차를 필수로 가져가세요. 불편하지 않느냐고요? 유럽에서 유모차 밀고 다녀보세요. 박물관·백화점·지하철에서 최우선 대접 받습니다. 지하철 어떻게 탈지 걱정되죠? 앞에 가는 시민이 요청하지 않아도 계단 오르내릴 때 붙잡아 줍니다. 시내버스 안에 유모차 석 대가 나란히 있는 건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분유, 기저귀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사흘치만 가져가세요. 현지 슈퍼마켓에 더 싼 제품들도 있고요, 덕분에 아이는 유럽 각 나라들의 우유, 기저귀를 경험하는 행운을 맛보게 됩니다.

항공권은 두 살 미만 아이는 10%만 냅니다. 숙소는 신경 쓰세요. 유스호스텔이나 민박은 아기에게 불편합니다. 호텔 예약사이트에서 정해두고 가는 게 좋습니다. 유럽의 2성급 호텔 더블룸 1박 요금은 유스호스텔 2명 요금과 차이 없습니다. 호텔 지도를 확보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유럽의 작은 호텔들은 골목 안에 있으니까요. 아울러 아이만이라도 여행자보험은 들고 나가도록 합니다.

여행 뒤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아이 또한 여행에서 영감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좀더 부지런한 부모라면 여행을 비디오로 담은 뒤, 나중에 커서 보여주면 아이에겐 기억나지 않은 멋진 추억이 됩니다.

김형렬/배낭여행 1세대·호텔자바 기획실장 rancet@travelbay.co.kr

» C형들에게 좋은 중국 상하이 쇼핑가. 김명진 기자

신나게 쇼핑하다 사막으로

C형 여행자가 A형인 죽마고우와 함께 다투지 않고 휴가를 즐기려면

Q. 대학 때부터 친했던 죽마고우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요. 근데 내 친구는 유럽, 인도 배낭여행을 경험한 고수죠. 저는 여행에 대해 잘 몰랐다가 직장 생활 하면서 휴가 때마다 홍콩·상하이·도쿄를 다녔어요.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고 …. 그런데 이 친구는 다 서울에 있는데 왜 거기까지 가냐는 거예요. 게다가 친구는 걷기에 심취해 있죠. 나는 돈 주고 왜 걷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우리가 함께 떠날 수 있는 곳은 없을까요?

A. 어머, 어쩌면 그렇게 저와 상황이 똑같으세요. 제 친한 친구도 쇼핑과 문화 탐험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시(C)형이에요. 반면 저는 새로운 것은 일단 도전하고 보는 ‘묻지 마, 어드벤처형’이거든요. 처음에는 저도 과연 이 친구와 여행을 잘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어요. 그런데 벌써 8년째, 알콩달콩 여행하고 있답니다. 비법이 뭐냐고요?

두 분 다 마음을 열고 두 가지를 모두 맛보겠다고 마음먹는 겁니다. 트렌디한 도시 구경도 하고 새로운 어드벤처도 맛보는 거죠. 모로코가 가장 먼저 생각나네요. 단순함 속에 숨은 세련됨, 모로코 스타일을 맘껏 누릴 수 있는 도시 마라케시에서 신나는 쇼핑과 이슬람 문화를 만난 뒤, 사하라로 사막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에르그 셰비는 사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펼쳐진 곳으로,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스릴 만점의 여행을 즐길 수 있죠. 모로코가 오지 아니냐고요? 멀어서 그렇지, 마라케시 도시 한가운데에 클럽메드가 있을 정도로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곳이랍니다.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서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떨까요? 19세기부터 발달한 자그마한 항구도시인 프리맨틀은 ‘카푸치노 스트립’이라는 노천카페촌이 있을 정도로 낭만적인 도시랍니다. 프리맨틀과 함께 독특한 자연으로 유명한 피너클스와 모래언덕에서 신나게 보드를 즐기는 샌드보딩 포인트를 연계하면 두 분에게 안성맞춤일 것 같네요.

두 곳 다 너무 멀다고요? 그럼 가장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은 역시, 타이입니다. 일단 북부의 치앙마이로 가세요. 1박2일∼2박3일 트레킹을 하는 겁니다. 그다지 힘들지 않으니 겁내실 필요는 없고요. 고산족 마을을 돌아보며 땀을 뺐다면, 이젠 방콕으로 내려가 ‘샬랄라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할 시간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마사지도 받고 맘껏 쇼핑도 즐겨 보는 거죠. 수끼나 �c양꿍, 입을 행복하게 해주는 먹을거리들이 기다릴 겁니다. 이 밖에도 캐나다 밴쿠버와 휘슬러, 캐나디언 록키, 샌프란시스코와 요세미티 공원,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을 연계할 수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명심할 것! 함께 준비하세요. 여행의 주도권은 친구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요. 계획 짜기 좋아하는 에이형이 큰 그림을 그리고, 예쁜 숍 정보나 쇼핑 팁은 시형이 챙기세요. 작은 것이라도 분담해야 함께 신나게 여행할 수가 있으니까요. 조금씩 욕심을 양보하는 것, 함께 여행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겠죠?

채지형/ 여행작가 pinksally@nate.com

» R형들의 휴양지인 괌 해변. 박미향 기자

휴양지 2∼3박, 도시 1∼2박은 어떤가

R형 신랑과 C형 신부가 윈윈하는 합리적인 허니문 만들기

Q. 4월 말 결혼 예정인 30대 초 아르(R)형 남자입니다. 가을 결혼을 앞당긴 터라 바쁘게 준비를 하는데, 다른 것은 착착 진행되는데 유독 신혼여행지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네요. 직장생활 3년 동안 휴가 한번 쓰지 못한 터라 이번 허니문을 핑계로 좀 푹 쉬었으면 하는데, 활달한 여자친구는 제대로 못 챙겼던 선물을 사고 싶은지 쇼핑과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도시 여행을 원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로선 첫 해외여행이라 남들과 다른 허니문을 만들기 원합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예산은 1인당 200만∼250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A. 예산상 장거리 여행보다는 아시아가 낫겠습니다. 대신 개별 자유여행으로 현지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드세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발리나 푸껫, 빈탄 등 휴양지를 연계한 일정이 어떨까요? 필리핀 세부도 홍콩에서 연결할 수 있지만, 결혼일이 얼마 안 남은 터라 예약이 어려울 듯합니다(세부는 호텔이 많지 않아 충분한 여유를 둬야 합니다).

총 4박 일정으로 휴양지 2∼3박, 도시 1∼2박으로 구성하세요. 결혼식 피로가 쌓여 있는 만큼 먼저 휴양지로 갑니다.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은 느지막이 일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세요. 해변에서 뒹굴며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고 신랑이 원하는 시간을 먼저 가지세요. 아마 신부도 피로가 쌓인 터라 순순히 응할 겁니다.

둘쨋날은 신부를 위해 활동적인 시간을 갖는 데 할애하세요. 시티투어·쇼핑을 하거나 체험관광을 해보세요. 보통 오후 2∼4시면 끝납니다. 그러면 다시 리조트로 돌아와 마사지·스파를 하거나,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요가나 요리 배우기 프로그램 등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고급 리조트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미리 확인하세요.

신부 취향을 고려할 때 풀빌라는 선택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풀빌라는 리조트에서 둘만의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외부 활동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심심할 수 있어요. 고급 리조트는 풀빌라보다 값이 싸면서도 다른 취향을 만족시키는 요소들을 갖췄습니다.

이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1∼2일을 보냅니다. 쇼핑몰 2∼3곳을 사전에 정한 뒤, 그곳만 집중적으로 돌아봐야 피곤이 덜합니다. 이곳의 쇼핑몰은 멀티숍들이 대부분이라 패션에서 소품, 화장품, 인테리어 용품 등을 한 곳에서 팝니다.

늦은 오후엔 각자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랬다면 적어도 저녁엔 야경이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클럽에 함께 가세요. 휴양지와는 다른 추억거리가 생길 겁니다. 호텔은 디럭스급으로 고르고, 멋진 저녁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도 좋습니다.

김남경 내일여행 마케팅팀장 nk@naeiltour.co.kr

» P형들이 함께 찾은 뉴욕 도심. 아에프페연합

패키지 참 다양하구나

A+C+R형을 융통성 있게 결합한 혼합상품 인기 높아

⊙패키지 진화 버전을 찾아라=패키지는 진화한다. 여행사 패키지를 꼼꼼히 살피면 에이(A)형과 시(C)형, 아르(R)형을 혼합한 피(P)형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에어텔·스키·골프·레포츠 상품 등이다. 가장 진화한 패키지는 가족맞춤 여행이다. 이를테면 하나투어의 도쿄·하코네 상품은 네 명 이상의 가족이 승합차를 타고 도쿄 시내와 디즈니랜드, 하코네 온천 등을 중심으로 현지 일정을 가이드와 상의한다. 피(P)형 안에서 시(C)형, 아르(R)형을 융통성 있게 결합하는 것. 아침 기상부터 식사, 관광, 쇼핑까지 시·분 단위로 촘촘히 짜여진 패키지 일정 중 하루 이틀을 자유시간으로 빼는 상품도 인기가 높다. 물론 이런 상품은 쇼핑과 옵션으로 가격을 낮춘 전통적인 패키지에 비해 약간 비싸다.

⊙시(C)형 홍콩에서 에이(A)형, 아르(R)형으로 즐기는 법=홍콩은 대도시 이미지만 떠오르지만 사실 도시 속에 밀림이 숨어 있다. 시(C)형 여행자와 ‘따로 또 같이’ 전략을 구사한다. 낮에는 따로 다니고 저녁에 만나는 것이다. 홍콩 4대 트레일이 있다. 동서로 횡단하는 홍콩 트레일, 구룡반도를 횡단하는 맥리호스 트레일, 란타우섬을 도는 란타우섬 트레일, 홍콩 섬에서 구룡반도를 종단한 뒤, 신계에 이르는 윌슨 트레일이다. 각각의 코스가 50∼100㎞에 이르지만 일부 구간만 걸어도 된다. 4성급 이상 호텔의 시설이 잘 갖춰진 수영장에서 휴양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어차피 홍콩의 낮은 덥기 때문에 낮에는 아르(R)형으로 밤에는 시(C)형으로 여행한다. 하버플라자 메트로폴리스(harbour-plaza.com), 로얄가든(www.theroyalgardenhotel.com.hk) 등이 적합하다.

⊙유럽에선 고급 호텔을 포기하라=유럽의 호텔 방은 작지만 비싸다. 방콕, 상하이의 호텔 요금을 주고 동급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김남경 내일여행 마케팅팀장은 “유럽 시(C)형 여행은 호텔에 들일 돈을 오페라, 미술관 등 문화 부문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